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
[개발자를 위한 교양서] #14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 개발을 시작한 지 6년쯤 되었을 때입니다. 그 시절에도 기술은 정말 빠르게 변했습니다. 페이스북 피드를 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프레임워크나 라이브러리에 대한 글이 쏟아졌습니다. 그런 글을 볼 때면 ‘이건 핫한 기술이니 나도 얼른 써봐야 하지 않을까?’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시간을 쪼개어 공부했고,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은 그 자체로 꽤 재미있기도 했습니다.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는 항상 내가 배우는 것보다 빨랐습니다. 나름대로 빠르게 배우고 써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, 어느 순간 따라가는 것이 벅차다고 느껴졌습니다. 그래도 한 번쯤은 써봐야 뒤처지지 않을 것 같다는 조급함이 마음 한 켠에 늘 자리 잡고 있었고, ‘읽어봐야지’ 하고 저장해둔 개발 글들만 계속 쌓여갔습니다. 돌이켜보면, 그 시기의 저는 ‘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’는 강박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. 나름 열심히 만들었는데도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. 새로운 기술을 익히다 보니, 필요해서가 아니라 ‘그냥 할 수 있으니까’ 만들어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. 그리고 그런 기술 중엔 몇 달 지나지 않아 사라지는 것들도 있었고요. 한창 유행일 때 서비스에 적용했는데,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도 쓰지 않는 기술이 되어버린 적도 있었습니다. 그제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습니다. 기술도 유행이라는 것을요. 그 후로는 기초와 원리를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기로 했습니다. 기술도 유행이라는 관점을 받아들이고 나니, 기술을 대하는 제 태도에도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. 예전에는 새로운 기술이 나왔다고 하면 사용법을 공부하고 써보기 바빴는데, 그보다는 그 기술의 목적이 뭔지,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지, 기존 것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게 됐습니다.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지만, 그 전까지는 ‘핫하니까’ 써보기 바빴던 것이었죠. 좀 더 여유롭게 기술을 바라보게 되면서, 한 가지 당연한(?)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. 대부분의 기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쓰기 쉬워지고, 더 안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. 배우기도 훨씬 쉬워지고요. 그러니 나중에 배워도 늦지 않다는 것을요.
- 개발
Apr 6, 2025


2